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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4 양승목 1

양승목

2003. Daegu

그와 나의 인연의 시작의 매개체는 '릴리슈슈의 모든것'이란 영화였다. 2003년 당시 영화와 사진에 빠져있던 나는 레이소다 개인공간에 링크된 그의 DVD리뷰 사이트에서 그의 글을 읽었다. 알고보니 대구 사람이어서 만나보고 싶었다. 사진이 좋아 그렇게 무작정 보고 찍고 버리고 하던 시기에 다른 사람 생각도 궁금하고 비슷한 취미의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학교내 사진동아리와의 교류도 생각해 보았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생각을 접었다. 아무튼 그 비가 오다 말다하던 날 동성로의 아카데미 극장 앞에서 그와 만나기로 한다. 영화, 사진 비슷한 두 공통점은 더욱 발걸음을 설레게 했다. 그의 필명은 씨네키루, (씨네마=영화) + (이키루=살다 라는 뜻의 일본어) 나는 당시 seize the day라는 필명을 쓰고 있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지만, 현재에 충실하자는 마음에서 였다. 그가 안내한 빈대떡집의 맛은 일품이었고, 가격 또한 사랑스러웠다. 우린 사진에 관한 지금에와선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말들을 나눴고, 술잔을 기울였다. 아마 영화 얘기도 많이 했을 것이다. 당시 기억나는 것은 처음만난 사람과 그렇게 빨리 친해지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우린 이미 마음을 열고 있었다. 지켜보니 승목이의 마음이 닫히는 순간은 극히 드물다는 것을 알았다. 술집에서 사진에 대한 감정이 벅차올라, 취기에 주위분들에게 가서 사진을 좋아하는(거창하게 공부하는(?)이라 했던거 같기도 하다.)학생이라며 촬영허가를 받고 촬영을 하고, 격려를 들었다. 거나하게 취한 우리는 길거리로 나와 이런저런 사진을 찍었다. 그냥 찍는 행위 자체만으로 행복했었다. 오래된 친구처럼 술취한 그 길을 함께 걸었다. 그리고 오락실에서 철권을하고 안녕.안녕.했다. 지금은 그당시 사진들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 다음날 아침에 카메라를 확인했을때, 뭔가 이상해서 들여다 보니 필름이 제대로 장착되어 있지 않았다. 전날 난 생쇼를 한 것이다. 필름도 장전되지 않은 카메라를 들고서... 어쩌면 촬영이라고 할 수 없는, 오직 내 마음속에만 이미지를 남겼다. 우리는 그렇게 첫만남을 보냈고 그 후부터는 쭉 알고지낸 친구처럼 편했다. 나는 그의 바보같은 웃음이 마음에 들었다. 나도 사실 바보같이 웃는 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참 비슷한것 같다. 비움으로써 누군가 채워 줄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 일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주위에 바보같이 웃는 사람들이 좀 있는 것 같다. 그 후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사랑, 이별, 여행, 사진등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힘이 되어 주었다. 그러던 그는 먼저 결혼을 하고  언제부턴가 멀리 떨어져 지내고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도 자주 못하지만 아직 우리는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친구에게 문자가왔다. '애기방금나왔다 고맙다 친구들아 다너희들덕분이다.' 내덕은 거의 없는 것 같았지만, 항상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좀더 나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